이 글은 fiat_lux의 개발자로 전향하게 된 여정을 담고 있다.
나는 컴퓨터공학과가 아닌 정보보안 전공자였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개발을 본격적으로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처음부터 개발자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남들처럼 전공 따라 취업하려고 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1. 연구실에서의 첫 경험
3학년 1학기,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연구 주제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논문 작성이었고, 이 과정에서 파이썬이라는 언어를 처음 접했다.
사실 학과 수업에서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긴 했지만, 그저 학점을 위한 공부에 불과했다. 과목이 끝나면 금세 잊혀졌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달랐다. 파이썬으로 직접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분석하며, 예측 결과를 내고 논문을 작성했다. 처음으로 내가 만든 코드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확신은 없었다. 다만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다.
‘개발이라는 일, 꽤 흥미롭다.’
2. 문제를 자동화로 해결했던 인턴 경험
3학년 2학기에는 한국전력공사 정보보안실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
당시 맡은 업무는 취약점 분석이었지만, 국정감사 기간이 겹치면서 IP 포트 점검과 같은 실무도 함께 맡게 되었다.
수백 개의 IP를 대상으로 포트가 열려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 접속이 가능한지를 점검해야 했다.
포트 스캔은 툴로 자동화가 가능했지만, 접속 여부 점검은 모두 수작업이었다.
대역 하나를 점검하는 데 이틀 이상이 소요됐고, 그 비효율이 아쉬웠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걸 자동화하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회사의 문화상 모든 아이디어는 사전 보고가 필요했기에, 월 1회 열리는 팀 회의에서 해당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다행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개발을 직접 맡게 되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스크립트 수십 줄로 포트 점검 결과를 정리하고, 접속 여부를 자동화한 도구를 만들었다.
이틀 걸리던 작업은 30분 이내에 끝나게 되었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내게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내가 만든 코드가 누군가의 일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그 실감,
그 카타르시스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때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거다.”
3. 진짜 몰입, 우아한테크코스 프리코스
그 무렵,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프리코스에 지원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매주 과제를 수행하며 테스트를 거치는 프로그램이었고, 언어는 Java였다.
나는 이때 자바를 처음 접했다.
부족한 점이 많았고, 남들보다 두세 배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게다가 인턴 근무와 병행하며 학습해야 했기에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하루 일과는 이랬다.
- 7:30 기상
- 8:30 출근
- 18:00 퇴근
- 저녁 식사 후 새벽 5시까지 프리코스 과제 수행
일주일 평균 수면 시간은 2~3시간 남짓이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시기를 ‘처음으로 공부가 재밌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나는 원래 공부에 흥미가 없던 사람이었다.
“언제 공부를 제일 많이 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아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시절이야말로 가장 가혹하게 공부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만 봐서는 공감이 안 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공부에 깊은 환멸을 느꼈다.
자율이 아닌 타의에 의한 공부였고, 성적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학습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는 실업계로 진학해 기술을 배우고, 빨리 돈을 벌어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국 인문계로 진학했고, 대학도 내가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스스로 원해서 몰입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삶의 목표”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개발자라는 목표, 그리고 개발자의 삶.
마무리
이렇게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공부를 통해,
처음으로 삶의 방향을 내 손으로 정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개발자’라는 새로운 나의 정체성이 있었다.
내가 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어떻게 몰입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며,
지금도 여전히 가슴 뛰는 이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다음 글에서는 개발을 하며 내가 마주한 ‘삶과 닮은 코드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개발자로서의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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